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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5년도 이야기

피흘려 죽는줄 알았다

날미 2015. 2. 13. 10:43


2015년 1월 5일


나는 피보는 것을 무서워한다.

30년 전에  직장생활할 때 직장이 의정부와 가까운 도봉동이어서 직장동료들과 

서울의 개봉관에서 하는 영화를 싸게 상영하는 의정부 중앙극장으로 영화를 보러가곤 했었다.

한 번은 사람이 아주 많아서인지 영화를 서서 보게 되었다.

영화 중에 피가 송글송글 맺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기절을 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복도에서 직장동료들이  복도 의자에 앉은 나를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특히 아들내미가 유난히 코피를 자주 흘리곤 했었다.

아이가 대여섯 살 되었을 때 인것으로 기억이 난다.

남편은 금요성경공부에 가고 없었는데 아들내미가 코피를 쏟기 시작했다.

피를 무서워하는 나는 가슴이 쿵쾅쿵쾅 했지만 엄마이기에 아들내미 코피를 멈추기 위해

알고있는 상식을 총동원하여 어떻게 하든 막아보려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남편에게 연락을 취해도 받지 않고 마음은 타들어 갔다.

이러다 아이가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그때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정말 구세주가 나타난 듯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2분도 채 안되어 코피를 멈추게 했다.

나는 아이가 코피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아이방에 가서 엉엉 울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잘못했던 것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회개하며 울었다.

그후로도 늘 피를 보면 속이 니글니글하며 불편했다.


병원에 가기를 무척 싫어하는 내가 대장암 수술후 할 수 없이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

oncologist를 만나서 투병생활을 상담하고 암수치를 검사하기 위해 피를 뽑으러 가는 것이다.

피를 뽑을때도 절대 팔뚝을 보지않고 고개를 돌려 딴곳을 본다.

빨려나오는 피를 보고싶지 않아서 이다.


어제 저녁에 칼로 아보카도씨를  파내려다 손을 찔렀다.

피가 나는데...

멈추지 않는다!

이러다 암으로 죽는게 아니라 피흘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물때까지 한쪽 손이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병원생활이 떠올랐다.

혼자서 위치를 바꿔가며 누워있을 수만 있다면,

온종일 침대에 누워서가 아닌  앉아있을 수만 있다면,

침대위에서 누워서가 아닌  간이 변기일지라도 앉아서 소변을 볼 수 있다면,

내힘으로 걸어서 화장실 만이라도 가서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면

샤워는 커녕 머리만 이라도 감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그때말이다.


신체를 내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복되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피흘려가며 다짐을 했다.

잊지말자 잊지말자.

'나는 복받은 사람이다. 감사가 넘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