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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5년도 이야기

이제 달달한 것은 그림의 떡

날미 2015. 2. 19. 13:02


2015년 1월 마지막 주


나는 먹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먹는 것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나는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보통 여자들보다 많이 먹었다.

나는 음식을 남기는 법이 거의 없이 다 먹어치웠다.

나는 밥을 먹은 후에 꼭 디저트를 챙겨 먹었다.

나는 과일은 물론이고 달콤한 간식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 놨었다.

나는 맛있는 것을 보면 엔돌핀이 팍팍 나올정도로 행복감 충만이었다.

나는 모든 음식을 감사하며 먹었다.


이렇게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인 줄 알았었고

그렇게 먹으면 평생 날씬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암이라는 병은 안걸리고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대장암 3기 B라는 결과를 받았다. 

50대 중반에.

병을 얻고 나서야 나의 식습관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과일은 많이 먹었지만 야채는 일부러 챙겨먹진 않았었고

양도 많이 먹고, 잘 씹어먹지 않고, 단 것을 좋아하고, 튀김을 좋아하고,

생선도 좋아했지만 고기를 사나흘 못먹으면 왠지 헛헛해서 고기를 챙겨먹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장암 수술 후에 달라진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식습관을 좀 바꿨다.

여러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되 야채를  신경써서 챙겨먹고 

단 것, 기름진 것,짠 것, 매운 것과  흰쌀밥과 밀가루로 만든 국수나 빵은 멀리했다.


요번 주는 두 번 점심약속이 있었다.

한 번은 야채 부페에 가서 먹었고

어제는 양식집에 가서 먹었다.

나는 다양한 메뉴 중에 닭가슴살이 들어간 야채 사라다를 먹었다.

메인디쉬를 다 먹은 후 함께 간 친구가 디저트를 시켰다.


옛날 같았으면 맛있다고 정신없이 퍼먹었을텐데 몸을 사렸다.

그래도 몇 달 만에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딱 두 수저.

이제 저렇게 달콤한 것이 나에겐 그림의 떡이다.

울고싶었지만 참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