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to Remember
이제 달달한 것은 그림의 떡 본문
2015년 1월 마지막 주
나는 먹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먹는 것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나는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보통 여자들보다 많이 먹었다.
나는 음식을 남기는 법이 거의 없이 다 먹어치웠다.
나는 밥을 먹은 후에 꼭 디저트를 챙겨 먹었다.
나는 과일은 물론이고 달콤한 간식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 놨었다.
나는 맛있는 것을 보면 엔돌핀이 팍팍 나올정도로 행복감 충만이었다.
나는 모든 음식을 감사하며 먹었다.
이렇게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인 줄 알았었고
그렇게 먹으면 평생 날씬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암이라는 병은 안걸리고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대장암 3기 B라는 결과를 받았다.
50대 중반에.
병을 얻고 나서야 나의 식습관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과일은 많이 먹었지만 야채는 일부러 챙겨먹진 않았었고
양도 많이 먹고, 잘 씹어먹지 않고, 단 것을 좋아하고, 튀김을 좋아하고,
생선도 좋아했지만 고기를 사나흘 못먹으면 왠지 헛헛해서 고기를 챙겨먹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장암 수술 후에 달라진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식습관을 좀 바꿨다.
여러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되 야채를 신경써서 챙겨먹고
단 것, 기름진 것,짠 것, 매운 것과 흰쌀밥과 밀가루로 만든 국수나 빵은 멀리했다.
요번 주는 두 번 점심약속이 있었다.
한 번은 야채 부페에 가서 먹었고
어제는 양식집에 가서 먹었다.
나는 다양한 메뉴 중에 닭가슴살이 들어간 야채 사라다를 먹었다.
메인디쉬를 다 먹은 후 함께 간 친구가 디저트를 시켰다.
옛날 같았으면 맛있다고 정신없이 퍼먹었을텐데 몸을 사렸다.
그래도 몇 달 만에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딱 두 수저.
이제 저렇게 달콤한 것이 나에겐 그림의 떡이다.
울고싶었지만 참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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