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2016년도 이야기

둥지를 튼 새야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날미 2016. 5. 12. 08:12

 

2016년 5월

 

지난 달에 새가 옆마당 살구나무에 알을 낳았다.

 

 

마당에 나갈때 마다  네 개나 되는 알을 성실하게 품고있는 어미새를 보면서

작은 새에게도 지극한 모성애가 있구나 하며 감동을 했다.

눈을 빼꼼히 뜨고 자기의 알을 가져가지 못하게 지킨다.

 

 

드디어 어린 새가 알을 깨고 나왔다.

먹을 것을 넣어달라고 입을 쫙쫙 벌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남편은 점점 커지는 아기새 네 마리가 작은 둥지에서 너무 꼭 낀다며  바닥에 내려놨다.

 

둥지를 넓게 펴서.

낮에는 마당에 놓아두고

밤에는 추울까봐 차고에서 재우고 햇살이 비치는 아침이 되면 밖에 내놓고를 며칠간 했다.

나는 시간만 나면 어미새가 와서 먹이를 물어다 주나  관찰을 했다.

한 마리는 며칠 후에 죽고 세 마리가 사이좋게 몰려있다.

 

 

어미새가 오긴하는데 먹이를 주는지 확실치 않아서

인터넷을 뒤져서 아기새 먹이를 만들어서 먹였다.

 

 

아기새들이 점점 자라서 걷기도 잘한다.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주 귀엾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걷기연습도 하고 나르기 연습도 하며 운동을 시켰다. ㅎㅎ

 

 

 

 

 

 

그러던 어느 날  신나게 운동을 마치고 상자둥지에 넣어 놓은 후

 저녁이 되어서 차고에 들여놓으려고 나가봤더니 새가 한 마리 밖에 없다.

두 마리가 없다!

온 마당을 훓었는데도 없다.

남아있던 한 마리마저 다른 새 찾는 동안 혼자서 밖으로 나와있다.

 

날아갔나? 오늘 밤에 춥다고 했는데...

내일은 비도 온다고 했는데...

밤이 되어 더이상 찾을 수도 없고 혹시나 얼어죽을까봐 걱정이 되는 마음만 가득 안고

한 마리만 차고에서 재웠다.

밤새 비가 오고 아침나절에도 비가 왔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차고에 있던 아기새를 내놓고 먹이를 먹인 후

들어왔다가 오후에 나가보니 그 녀석마져 없어졌다.

아~~ 가슴에 품고있던 새가 포르륵 날아가 버린 느낌이...

마지막 녀석도 잘 날아갔나? 

추운데 잘 지낼까? 



다음날! 남편이 빨리 나와보란다.

새가 왔다고.대추나무에 우리 아기새가 앉아있다고.

날라가지도 않고 가만히 오래 앉아있다.

 

 

다음 날 남편이 또 이야기 한다.

아기새 두 마리가 나무에 앉아서 떠나지 않고 있다고.

아직 어린데 추운 날씨에 집을 나간 아기새가 죽었을까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찾아와서 안부를 전해주나보다.

'우리 살아있어요' 라고...

 

아기새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말한다.

"박씨 찾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