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반갑고 고마워
2016년 9월 27일
새벽 3시 40분에 눈이 떠진 후 잠이 안와서 뒤척이다가
친구들과의 약속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나에게 '시차적응을 위한 쉼' 이라는 것은 없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아까워서 도착한 다음날 부터 타이트하게 약속을 정해놓는다.
다행히 엊그제 개통된 경강선 덕분에 잠실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남은 시간동안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서울을 느꼈다.
지난 봄에 만났었지만 몇 개월 동안 못봤으니까 아침부터 만나자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석촌호수 근처의 브런치 식당에 들어서서 깜짝 놀랐다.
10시도 안된 시간임에도 젊은 엄마들이 많았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놓고 온 강남엄마들 일 것이란다.
예전에는 아이들 내려놓곤 삼삼오오 집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곤 했지만
이제는 집으로 가지않고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단다.
집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한국의 모습을 만났다.
분위기있고 좋은 음식점이 많고 사생활을 노출하기 싫은 마음이 맞물려 생긴 현상이 아닌가 싶다.
두 친구는 선약이 있어서 빠지고 네 명이 만나서 열심히 먹고
비가 내리는 석촌호수 주변을 걸었다.
커피를 마시며 비내리는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이맘때도 이친구들과 석촌호수에 왔었고 그때도 비가 내렸었고
그날 미국의 집에서는 우리 토비가 너무나 갑자기 우리곁을 떠났는데
세월이 빠르다.
벌써 일 년이 흘렀다니...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인증샷도 날리고...
오후에 선약이 잡혀있던 친구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먼저 가고
셋이서 점저까지 먹었다.
오늘 아점과 점저 모두 미옥이가 다 쐈다.
아무리 말려도 말을 듣지 않는 고집쎈 친구이다.^^
만날때 마다 밥을 사는 친구는 20년 동안 한 자리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사장님이시다.
가게가 멀지않은 곳이기에 오랜만에 친구네 반찬가게로 향했다.
두어 개의 반찬가게를 하는 친구는 얼마나 통이 크고 마음이 넓은지
보통 사람은 따라하기 힘든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이다.
매번 모임이 있을때마다 밥값을 내고야 마는 친구가 고맙기도 하고
딸네 집에 먹을 것도 없어서 친구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맛나게 만드는 것을 알기에
팔아주고 싶어 갔는데 지갑을 꺼내는 순간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주먹과 함께
"죽을래?"ㅎㅎ
어쩐지 이것저것 끝없이 권하더라니...
"요번 모임은 우리 동네로 와. 내가 모실께." 하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받기만 해서 염치없을 정도로 친구들을 모셔주었다.
집에 가져온 음식을 보고 늦은 밤에 들어온 딸내미는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여져서 감탄을 했다.
"미옥아~~
맛있게 잘 먹을께.
고마워.
이제 네 몸도 생각해가며 살살 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