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년 발렌타인즈 데이를 맞이하여 중대발표를 했다
2019년 2월 14일
올해 환갑인 동갑내기 우리 부부가 몇 년 전부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편의 은퇴시기이다.
일 년에 4포인트씩 적립되어 40포인트가 되어야 만기 은퇴 시에
사회보장 연금을 100프로 받는다.
남편은 미국에 와서 일한 지 24년이 되어가니까 40포인트를 훌쩍 넘겼지만
나는 둘째 아이 날 때까지 6년을 일했고
딸이 중학생이 된 후 잠깐 파트타임으로 일 한 것 뿐이어서
통틀어봐야 26포인트이다.
다행히 남편의 반을 받기는 한다.
우리가 만기 은퇴연금을 받는 시기는 66살 10개월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남편은 되도록 빨리 은퇴를 하고 싶어 했다.
은퇴를 고대하는 남편은 만기 은퇴가 아닌 62살 조기 은퇴를 꿈꿨다.
남편은 조기은퇴를 하면 만기 은퇴연금의 75% 를 받고
나는 남편이 받는 75%의 반을 받게 된다.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62살에 은퇴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은연중에 압력을 넣었었다.
조기 은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66살 10개월까지의 기다림은 길 테니까
정부에서 노인들에게 80프로의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나이인 65세까지 만이라도 일하라고.
받는 돈도 많은 차이가 나고 평생 병원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나에게 의료보험은 매우 매우 중요하니까.
또한 미국의 병원비와 약값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오늘은 발렌타인즈 데이란다.
'잘 알지도 못하는 그런 날을 우리가 왜 기념해야 하냐'는 것이 평소 남편의 지론이다.
그래서 요번엔 카드는 커녕 케이크도 없이 간단한 파스타로 저녁을 준비했다.
그나마 딸내미는 저녁을 먹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 둘 것만 초간단하게.
남편에게도 케이크 같은 것은 절대 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사 오면 먹을 것이 뻔하고
먹으면 살찔 것이 뻔하니까.
그런데 남편은 퇴근길에 코스코에 들려서 커다란 치즈케이크를 사들고 왔다.
발렌타인즈 데이라고 딸기잼을 듬뿍 올린 것으로.
낮에 발렌타인즈 데이 유래에 대해 읽어 봤더니 슬프고도 의미가 있는 날이란다.^^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2019년 발렌타인즈 데이를 맞이하여~~' 중대발표를 하겠단다.
무슨 중대한 발표인가 했더니.
'조기 은퇴를 하지 않을 것이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진 할 것이고
대신 집에 오면 은퇴한 사람처럼 살아가겠다는...'
와아~~ 뭔 일이래요.
하루하루 은퇴 날짜를 손꼽던 사람이...
나는 잠깐!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녹음을 해야 하니까 그 말을 다시 하라고 해서 녹음해 뒀다.
"나에겐 조기 은퇴란 없다"는 남편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