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2019년도 이야기

이곳저곳 고장이 나네

날미 2019. 9. 17. 03:06

 

2019년 8월

 

나이 들어감의 특징 중에 한 가지가 이곳저곳 고장이 나는 것인가 보다.

50대부터 디스크로 고생 중인 엄마는 옛날 아주 옛날부터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셨다.

그 소리가 나는 솔직히 싫었다.

왜 저렇게 맨날 아프단 말씀만 하실까 싶었다.

나이 드셔서는 대화의 8~90프로가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었다.

나는 아파도 아프단 소리 하지 말고 살아야지!

매일 아프다고 했다간 정말로 크게 아플 때는 가족들이 건성으로 듣게 되겠구나 싶었다.

내가 엄마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 듯해서...
그렇게 결심을 했건만 마음과는 달리 몸은 여기저기 고장이 났다고 아우성이다.

머릿속의 가려움증은 지난달부터 또다시 심해져 서머리 통 펑크 날 정도로 긁어대고 있다.

샴푸를 바꿔봐도, 처방 연고를 발라봐도 그때뿐 이라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그냥 긁어대며 버틴다.

 

 왼손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몇 년 전에도 아팠던 것 같은데 

 괜찮아진 것 같아서 잊고 지냈는데

8월부터 얼마나 아픈지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지고 집안일이라도 하려면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단 엄지손가락 보호장갑을 사서 꼈다.

사면서 '이것 옛날에 샀던 것 같은데...'

그런데 내 기억을 내가 믿을 수 없으니 '샀다고 생각하는 것이 꿈에서 샀나?' 하고  새로 샀다.

 

엄지 손바닥까지 만질 수 없이 아파서 참다못해 병원에 갔다.

의사가 두어 가지 시험을 하더니 X-ray를 찍어보잔다.

오늘 시간이 되면 X-ray를 찍은 후에 같이 판독을 하자고 한다.

결과는 퇴행성 관절염이란다. 

X-ray를 보니 정상 손가락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의사 왈  방법은 두 가지란다.

하나는 강한 진통소염제를 일주일 간 복용해 보는 것

또 하나는 일 년에 세 번 맞을 수 있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

나는 일단 강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기로 했다.

 

손가락 하나가 아픈데 삶의 질이 확 떨어져 버렸다.

설거지는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나는 설거지 후의 깨끗함과 상쾌함이 좋아서 설거지하는 것 싫어하지 않는데...

남편이 한다.

 

그리고 당분간 찬양대를 쉬기로 했다.

찬양대 피스를 들고 있기도 버겁고 아프기 때문이다.

사람들 만나러 특히 교회에 갈 때는 보호장갑을 꼭 끼어야 함을 알았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손을 잡거나 껴안기를 좋아하는 내가

첫 번 주에 아파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생각 없이 손을 내밀게 되더라~~

상대방도 너무 미안해하고.

 

다음 주에 보호장갑 끼고 교회에 갔더니 ㅎㅎㅎ

윤 권사님이 저녁 산책길에 예쁜 꽃에 마음과 눈이 팔려 넘어져서 어깨뼈에 금이 갔고

김 권사님은 직장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셔서 팔이 아프시단다.

삼총사 된 기념으로 사진 찍었다. ㅋㅋㅋ

 

 

며칠 후에 침대 옆 서랍을 열던 남편이 "당신 장갑이 여기 있네" 해서 봤더니 장갑이 또 있다.

 

꿈이 아니었구나~~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고장이 나나보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퇴근 후에 저녁 먹고 또 설거지를 해야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지손가락 쓰는 일엔 쏜살같이 달려오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남편에게 별명을 붙여줬다.

'나의 수호천사'

 

그나저나 의사 왈 완치는 없다고 하는데 우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