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to Remember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엄마와 의논했다 본문
2015년 6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7년이 되어온다.
아버지가 그토록 걱정하던 엄마는 아버지와 함께 사시던 노인아파트에서 혼자 사신다.
가까이 사는 오라비가 출근길에 매주 세 번 체육관에 모셔다 드리면
간식거리까지 든든히 싸가지고 가셔서 사우나, 자전거 타기, 근력운동, 수영은 물론이고
체육관에 오시는 사돈을 비롯한 지인들을 만나셔서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오실때는 버스타고 집에 오시면 오후 2시가 넘으신단다.
운동가시는 날은 하루가 거의 다간다.
운동 안가시는 날에는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분과 가까운 마켓에도 가시고
함께 걷기도 하시고 볼일을 보시고
토요일엔 올케언니랑 한국마켓등을 가셔서 일 주일치 한국음식을 사오시고
주일엔 함께 교회를 가신다.
매주 반복되는 엄마의 일과다.
무료하고 외롭지 않으실까 여쭤보면 늘 삶에 감사를 하신다.
물론 자식들 신경쓰게 하고싶지 않으셔서 하시는 소리임을 안다.
운전을 못하시고 영어를 못하시니 혼자 마음껏 나다니시지 못하는 답답함이 왜 없으실까?
엄마 연세가 80이다.
요즘은 백수를 누리는 분들도 많지만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나이드신 분들은 언제 이땅을 하직하실지 모르는데
언젠가 엄마에게 죽음과 장례절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하면서도
우리정서상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대화를 자식이 먼저 꺼내기가 쉽지않았다.
혹시 살아계신 엄마를 두고 죽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아서.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
지난 번 바퀴벌레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으며 내가 총대를 메기로 작정하고 얘기를 꺼냈다.
우리는 미국에서 4대가 함께 살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실 줄 생각했었고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 운전과 영어를 못하는 엄마는 당연히
언니와 남동생이 살고있는 한국으로 나가서 생활하실 줄 알고
아버지는 20여년 전에 묘를 하나만 사놓으셨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미국에서 돌아가셨고 아버지가 사놓으신 묘에 묻히셨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채 일 년도 되지않아 할머니는 미국에선 못살겠다시며 한국으로 나가셨다.
아버지는 다시 묘를 하나만 사놓으셨다.
그런데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국으로 나가시지 않고
운전 못하고 영어 못하셔도 이곳에서 사신다.
아버지 주위엔 이미 다른 사람들의 묘가 들어서 있고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할까?
엄마에게 조심스레 장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장례비를 준비해 놓으셨다는 엄마에게 매장을 할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 합장을 할 것인지...
지금 당장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것을 우리에게 얘기해 주시면
우리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이야기를 해놓으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엄마도 홀가분 하신지 그후로 전화받는 목소리가 밝아지셨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나이 많이 들어서 아픈 경우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 말해놓았다.
엄마가 많이 아파서 너희들이 돌보기 힘들땐 요양원에 보내라.
괜히 엄마 돌본다고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엄마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또 엄마가 거의 죽으려고 하는데 병원에서 쓰는 방법으로 억지로 숨만 쉬게 살려놓지 말아라.
엄마가 죽으면 큰 돈들이지 말고 가장 검소한 방법으로 화장을 해라.
납골당에 두지도 말고 위법이 아니면 엄마가 좋아하는 바다에 뿌리고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가져와서 큰 나무밑에 파묻어라.
장례식 할 때 약력난엔 어느학교 나왔고 무엇을 했고 줄줄이 쓰지말고
'몇 년에 태어났고 몇 년에 결혼해서 아들 딸 낳아서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 잘 믿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감사함으로 천국에 갔다.' 요렇게만 써라.
나중엔 엄마 장례예배때 부를 찬송은 엄마가 좋아하는 찬송가를
찬송가 책에 적어놓았으니 그곡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때 틴에이저였던 우리 아들내미는 나의 말을 다 듣고 하는 소리가
딱 한 마디였다.
"Cool!"
그래 쿨하게 살다가 쿨하게 죽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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