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살아가는 이야기/2020년도 이야기 (38)
Days to Remember

매년 말이 되면 괜스레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올해가 다 지나가기 전에 얼굴 한 번 보자며 분주하게 보내곤 했었는데 올해는 다르다 연말연시의 모임으로 인해 코로나가 창궐하는 계기가 될 것이니까 가족모임조차 자제하라 하니 꼼짝없이 집콕을 했다 새봄맞이 가지치기를 했다. 매년 엄청나게 키가 자라는 대추나무는 '이렇게 짧게 쳐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짧게 해야 한다고 해서 싹둑 잘랐다. 남편은 여전히 땅파기와 엄청난 자갈 고르기를 한다. 해가 짧아져서 빨리 어두워짐에도 매일 꾸준히 땅파기를 하더니 뒷마당 2/3 정도는 끝냈다. 동네 이름인 stone creek이 맞는구나 싶게 얼마나 자갈이 많이 나오는지 나온 자갈로 앞마당은 물론이고 양 옆마당에 자갈길을 만들고도 쌓이고 쌓인다 깊이 팔수록 자갈밭이란다. 비가..

2020년 12월 25일 2020년 코로나 사태로 특이한 나날들을 보내면서 명절을 맞이하면 정말 특이한 날을 보내고 있음이 실감 난다. 지난달에 있었던 추수감사절 기간에도 '이런 추수감사절은 처음이다' 했었는데 이런 성탄절도 처음이다. 30대부터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탄절' 하면 교회 행사가 주를 이루고 가족은 물론이고 지인들과의 만남과 선물 주고받기를 했었는데 올해는 교회 행사는 전혀 없고 성탄절이라고 목사님 두 분 포함해서 남성중창이 있는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미장원에 못 가서 몇 달 전에 남편이 한 번 헤어컷을 한 후 다시 자라서 뒤로 꽁지 묶음을 할 정도이다. 성인이 된 이후로 가장 긴 머리를 하고 있다. ^^ 아들은 주말에 오기로 해서 남편과 둘이서만 성탄절 저녁식사를 했다 혼자가 아..

2020년 12월 27일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이 장기화가 되니까 무료함을 느낀단다 활동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코로나 블루 현상이 나타나는 듯했다. 멍멍이를 키우기로 하고 견종은 크리스티가 좋아한다는 오스트렐리안 셰퍼드로 정하고 열심히 알아보더니 멍멍이를 태어나기도 전에 예약해 뒀다. 멍멍이가 태어나고 (같은 배에서 태어난 다섯 마리 중 가운데 멍멍이) 매주 화상으로 쑥쑥 자라는 것을 보고 직접 방문해서 확정을 한 후 암컷인 멍멍이 이름은 아들이 지었는데 '아빠 엄마가 기억하기 쉽게 토비랑 비슷한 '토빈'으로 했단다 어미와 떨어질 수 있는 8주 가 지난 후에 멍멍이를 데리러 갔다. 2시간 동안 차 안에서 토하지도 않고 집에 잘 왔다며 ..

2020년 11월 미국에서 산지 30년이 넘는 동안 매년 추수감사절엔 주로 남가주로 여행을 가지 않으면 추수감사절 첫날은 오빠 집에 모여서 친정식구들과 함께 보내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곤했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특이한 2020년 추수감사절은 예년과 다르게 보냈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추수감사절이 되기 2주 전에 내가 살고있는 새크라멘토 카운티는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는 purple 단계로 올라갔다. 교회에서 대면예배를 드릴 수 없어서 추수감사절 주일에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오랜만에 교우들 얼굴이라도 보려고 drive thru 행사를 했다. 각 소그룹 별로 음식을 준비해 와서 왁자지껄하며 추수감사절 음식을 함께 나누는 대신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오신 교우들에게 차..

2020년 11월 15일 코로나로 세상은 난리여도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가며 제 역할을 다한다. 2주 전만해도 푸르름의 절정을 이루던 동네 산책길 나무들이 알록달록 가을 옷을 입고 있다. 비행기 타고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주말에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와서 점심을 함께했다. "무엇이 먹고 싶니? " 물었더니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해서 갈비찜을 했다. 자랄 때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한국음식보다 미국 음식을 훨씬 더 좋아하던 아들이 요즘은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배고프다고 해서 부랴부랴 상 차리고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이 흔들리고 남편 손까지 들어갔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ㅎㅎㅎㅎ 내년 4월로 예정되어 있던 아들의 결혼식을 연기하기로 정하고 새로 만든 청첩장을 가지고 ..

2020년 11월 12일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지 9개월이 되어가는데 코로나가 종식되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하다. 코로나 사태동안 단계별로 온라인 예배만 가능했다가 인원 제한은 있으나 대면 예배도 가능했다가 이제는 확진자가 손쓸 수 없을 지경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어 다시 온라인 예배만 드려야 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미국 내 확진자가 천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24만 명이 코앞이고 내가 살고있는 캘리포니아는 확진자가 100만을 바라보고 사망자는 만팔천 명을 넘는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도 하루 만에 신규확진자가 만사 천명이 넘어서고 사망자는 100명 넘게 늘어서 4단계 중 최고단계인 Purple이 되었다. 코로나가 끝나긴 하는건지...

2020년 11월 7일 작년에 결혼했던 친정 조카가 7월 말에 아버지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아기를 만나보기도 힘들었었는데 벌써 100일 되었다. 양가에 첫 아기인 Ellie 한국 이름은 아빠와 엄마 이름의 첫 자를 붙인 '유희'이다. 가족을 챙기고 사랑하는 조카의 모습이 참 흐뭇하다. 38살에 만난 딸을 예뻐하는 모습이 진하게 느껴진다. ^^ 모임을 자제하라는 행정명령 중에 하는 백일이어서 최소한의 인원인 10명만 모였다. 가족들도 다 모이지 못하는데 개들은 다 모였다. ㅎㅎ 우리 엄마를 증조할머니 되게 하고 나를 할머니 만들어준 엘리야~~~ 백일을 축하한다.ㅎㅎㅎ 건강하고 기쁘게 잘 자라거라.

2020년 11월 7일 오늘은 나를 할머니로 만들어준 조카손녀의 백일이 있어서 San Jose 가는 길에 스탠퍼드 대학에 들렀다 갔다. 코로나 시대는 수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는데 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30년간 북가주에 살면서 수도 없이 스탠퍼드 대학에 관광객으로 드나들었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스탠퍼드 대학에 들어서는 정중앙에 위치한 메모리얼 성당을 중심으로 한 곳은 투어버스는 들어갈 수 없다는 표시판을 써놓은 것은 물론이고 차로도 한 바퀴 돌 수조차 없게 입구를 막아놓았다. 대학 전체가 참으로 썰렁하다. 수많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학생들도 거의 볼 수가 없다. 온라인 수업을 하는가 보다. 가을을 느끼며 걷고 싶었지만 아직 가을도 오지 않았고 예전처럼 이곳저곳 걸어 다니기도 쉽..

2020 10월 31일 아이들이 학창 시절을 보내며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았던 Folsom에 갔다. 10년 동안 살았던 옛집은 그 모습 그대로이다. 할로윈을 맞이하여 장식을 해놓았네. 우리는 할로윈데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할로윈 장식은 하지 않았었는데... 할로윈 장식과 가을맞이를 해놓은 집을 보며 토비와 함께 걷던 길을 걸었다. 이젠 집 앞에서 동네 사람들과 신나게 놀았던 아이들은 장성해서 독립하고 트레일을 함께 걷던 토비도 떠났지만 Folsom에 가면 아직도 가슴이 이상해져 온다. 아리다. Folsom에서 살았던 것을 감사해 하는 아이들이 생각나며 은퇴 후 한국으로의 역이민이 힘들면 Folsom으로 역이사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나중에 정신 차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노래를 읊조렸..

2020년 10월 25일 1959년생 우리 부부는 확실한 60대이다. 같은 해 10월에 16일 먼저 태어난 나의 누님 기간이 끝나고 남편도 61살이 되었다. ㅎㅎㅎ 생일 당사자인 남편이 구운 스테잌과 아들이 선물해준 향긋한 와인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했다. 남편이 굽는 스테잌 맛은 좋다. 내가 사랑을 듬뿍 담아 적은 카드를 읽고 있는 남편이 내 생일에 이어 또다시 눈물 쏟을 뻔하다가 겨우 멈추며 하는 말 "호르몬 때문이야~~' ㅎㅎㅎㅎ 저녁나절에 이웃에 사시는 두 장로님 댁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초인종을 누른다. 한 분은 오이소박이를 담갔다며 가져오시고 한 분은 애플힐에 다녀왔다며 사과 한 박스를 건네신다. 어제 애플힐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헛걸음했는데... 이넘의 코로나 때문에 들어와서 차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