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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7년도 이야기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엔 눈물이 흐른다

날미 2017. 3. 31. 07:59

 

2017년 3월 11일

 

80이 넘으신 친정엄마.

몇 년전 부터는 엄마를 만나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 있다.

엄마와 만나면 안아픈 곳이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는 이야기를 한참동안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갈때는 외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아이들에게도 미리 이야기를 해둔다.

"할머니가 나이가 많으셔서 아프신 데가 많으니까 할머니의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우리가 들어드려야 해" 
엄마는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신다.

얼마나 아프시면... 이라는 마음도 들지만

때로는 정말 우리엄마는 아프다는 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는 없는 것인가? 하는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오곤 했었다.
엄마는 해가 갈수록 더 쇠약해지신 모습이다.

오랜 세월 허리디스크를 앓아오시던 엄마가 요즘은 워커를 의지해서 걸으신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를 뵈러 San Jose에 갔다.

문을 열어주시기 위해  후줄그레한 모습으로 나오시는데 마음이 안좋았다.

평생 겉모습 꾸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우리 엄마가

딸과 사위가 온다는데도 얼굴에 찍어바르지도(엄마의 표현) 않고  

찌뿌둥한 표정과  머리는 부시시하고  옷도 신경쓰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시다니...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어김없이 아프시다는 타령이 이어졌다.

맛있는 것을 사드리겠다고 음식점에 가는데  급격하게 노쇠한 엄마의 모습에 놀랐다.

엄마가 저모양으로 어떻게 혼자서 사실까? 하는 마음과

아니면 자식을 보니까 더 아프신 모습인가? 하는 마음이 교차할 정도로

지팡이에 의지하고도 걸음을 옮기시길 힘들어 하셔서 옆에서 부축을 해드려야 했다.

 

아픈 몸으로 살아가시는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이 살며 교회와 샤핑과 병원은 물론이고 

일 주일에 두 번 휘트니스 센터에 모셔가고 모셔오는 오라버니네도 참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등등 

마음속이 참으로 번잡했다.

 

엄마는 생각보다  잘 드셨다.

특히 치킨랩이 산뜻하다면서 잘 드셨다.

 

 

 

 

맛있다 하시며 잘 드시면서도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가라앉는지 엄마 얼굴이 어둡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다가 순간 슬픔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우물우물 씹어 드시는 처진 볼살과  검버섯이 군데군데 핀 손에 내눈이 닿았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운전도 못하시고 영어도 못하시고 오로지 큰 기둥같은 아버지만 의지해서 살아오시던 엄마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얼마나 외로우실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로 얼마나 불편하실까?

일일이 자식에게 부탁을 하고싶지 않은 엄마는 불편함을 그냥 받아들이며 사시겠구나.

그러니까 하루하루의 생활에 기쁨을 잃어가시는 것이겠지.

먼훗날 엄마가 이땅에 계시지 않을때 이 순간이 생각날 것 같다는 느낌.

그때 엄마가 너무 보고싶을 것 같다는 느낌.

보고싶어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

울컥 밀려오는 눈물을 엄마에게 들키지 않았지만 참 마음이 아팠다.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캄캄한 차안에서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