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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5년도 이야기

나는 정말 괜찮았어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날미 2016. 1. 4. 14:40


2015년 12월 26일


아들내미에겐 외모가 아주 중요하다.

외모를 치장하는데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우리 눈에 비춰진다.

'겉만 번지르르 하면 뭐하니 내면이 중요하지' 같은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아들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14만 마일이나 달린 아빠가 타다 물려준 

12년 된 차를 타고 다녀야만 한다는 것이었을 거다.


16살이 되면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중고차든 새차든 자기 차를 몰고 학교로 오는 이곳의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들은 고등학교때는 물론이고 대학을 졸업하던 4학년 봄학기까지 차없이 다녔다.

차에 대한 갈망은 늘 있었지만  고등학교때까진  라이드를 책임지는 전업주부인 엄마가 있었고

대학은 다행히 도시가 온통 자전거 도로가 되어있고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Davis로 가서

여차하면 우리가 라이드를 해줬고 학교에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녔다.


대학 4학년때 학교에서 가까운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면서 부터

10년된 아빠가 타던 차를 갖게 되었다.

처음엔 그것도 감지덕지 좋아했었는데  정기적인 관리를 제대로 안해서인지

이곳저곳 아야야하며 잔고장이 시작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한지 일 년 반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 차를 사든가 리스를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우리 생각엔 자기 형편에 맞는 적당한 차를 샀으면 했는데

겉모습이 중요하고 차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신경을 쓰고싶지 않은 아들은 

좋은 차를 3년간 리스를 하겠다고 한다.

회사에서 리스비용을 대주는 것도 아닌데 리스를 하면 돈낭비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나는 

아들내미의 마음이 차를 사는 쪽으로 바뀌었으면 해서 다운페이를 조금 도와주고

비싼 보험료도 3년간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아들은  부모에게 신세지지 않고 본인이 다 할 수 있다면서 차를 리스했다.

23살이 타는 첫차 치곤 너무 과한 BMW로.



얼마 후에 아들이 타던 차를 몰고 개스를 넣고 온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서  

울먹울먹 급기야 눈물까지...

깜짝 놀란 나와 아들은  번갈아 가며 울보남편이요 아빠를 안아주며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차가 소리도 왕왕나며 덜덜 거리는데...

이런 차를 아들이 그것도 겉모습이 중요해서 폼나게 살고싶은 아들이 타고 다녔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는 것이었따. 띠용~~~


급당황한  아들내미는

나는 정말 괜찮았다고

소나타를 타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추억도 많았다며

나중엔 

' 엊그제 생각했는데 아빠엄마가 나이많았는데 이민을 오기로 결정을 하고 

미국에서 자기를 키워줘서 고맙다'며

'내가 한국에서 자랐으면  지금 한국범생이가 되었을 거다' 라고 말을 하면서

아들에게  풍족하게 못해준 아빠의 아픈 마음을 위로했다


아들에게 미안해서 남편을 눈물나게 만들었던 14만마일을 열심히 달린 현대 소나타다.


옆모습은 멀쩡하다. ㅎㅎ


"아빠에게 말해줘 나는 정말 괜찮았으니까 미안해하지 말라고."

그 다음날 전화한 아들의 말이다.

어제 산호세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단다.


나는 또 기도할 뿐이다.

평생사는 동안 사고없이 안전운전 하며 다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