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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6년도 이야기

미국일주 자동차여행 24일 Chicago, IL

날미 2016. 8. 9. 14:34

 

2016년 6월 20일

 

시카고는 건축물이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해서인지

배를 타고 보는 크루즈 투어 등 건축물 투어도 있지만 우리는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봤다.

땀을 뻘뻘 흘리며.

 

Michigan Ave를 따라 걷거나 시내를 걷다보면 높이 솟은 많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미국도로의 어머니라고 불리며 8개 주를 통과하는 2,448마일의 US Route 66번의 시작점 표시판도 있다.

작년엔 끝지점인 Santa Monica에 갔었으니까 처음과 끝을  밟았다. ㅎㅎ

 

 

Bean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거대한 강낭콩 모양의 cloud gate를 보기 위해 millennium park에 갔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지만  주변을 비쳐볼 수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좋았고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며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흥겨웠다.

각종 공연이 열리는 Jay Pritzker Pavilion 의자의 빨간 색깔이 자극적이지만 은색과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은색 파이프에 매달린 것은 스피커와 조명장치란다.

 

 

 

 

 

 

 

 

 

근처에 있는 Crown Fountain은 시카고  주민들의 얼굴이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인데 

모자이크 모양으로 나와서 인지 나는 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아이들이 많았는데 나는 물이 흥건해서 미끄러져 넘어지면 어쩌나 싶어 위험할 것 같았고

물을 손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어린아이들도 있는데 

저 물이 과연 얼마나 깨끗할까? 하는 못 말리는 노파심이 발동해서  더위도 식힐 겸  한참을 바라보았다.

 

 

 

 

 

 

레이크 쇼어까지 걸어가는 길이 멀다.

그랜트 공원을 지나며 그늘을 찾아 걷다가 분수가 치솟는 

Buckingham Fountain을 만나니 더위가 잠깐 가시는듯 하다.

 

 

 

 

 

 

 

 

 

 

 

 

더위에 약한 딸내미는 초주검이 되었다. ㅎㅎ

 

 

시카고에는 피자가 유명하다고 해서 저녁은 피자를 먹기로 했다.

가는 길에 예전엔 sear's tower였지만 지금은 이름이 바뀐

 시카고의 대표적인 빌딩인 108층의  Willis Tower가 바로 앞이고

윌리스타워 전망대에서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고

특히  103층에 있는 스카이덱의 유리 바닥이 유명하다고 해서

남편과 딸내미에게 가기를 권했지만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은  높은 곳 올라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딸내미는 비싼 돈 내고 올라가고 싶지 않단다.

홍콩에 갔을 때도 전망대에 올라갔었다 하면서...

 

 

그 근처를 두 번을 왕복하면서도 끝내 올라가지 않고

Giodano's 피자집으로 갔다.

제일 유명한 것은 stuffed deep dish pizza이지만

우리 동네의 유명 피자집인 Chicago fire에서 몇 번을 맛봤고

워낙 치즈가 많고 고칼로리라서 우리는 샐러드와 함께 보통 것을 주문했다.

 

 

 

보통것 인데도 위에 덮인 치즈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고소하고 끝까지 따뜻해서 맛있었다.

 

주문을 받고 나서야 굽기 때문에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샐러드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건너편의 한국인 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 눈엔 아버지가 아들을 시카고로 유학을 시킨 후에

아들을 만나러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나이 또래의 50대의 중년의 아버지와 20대 아들.

피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와 아들이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아니 딱 간단한 한 마디를 나눴던 것 같다.

아버지가  뭔가를 물어보고 단답형의 대답을 한 아들.

아들은 스마트폰에 빠져있지만 

아버지는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지루해하며  그냥 보는 느낌이 들어서

나 혼자 속으로 아들에게 주문을 걸듯 생각했다.

"이 녀석아!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렴.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쓸쓸하게 느껴지는지...

 

마음이 안 좋아서 딸내미에게 말했다.

"재은아~~ 만약에 엄마가 죽고 없어서 아빠만 계실 때

함께 음식점에 와서 아빠와 대화 한 마디 없이 음식을 기다리다가

음식이 나오면 음식만 먹고 헤어지지 마.

아빠와 얘기를 해라.

저 두 사람의 모습 특히 아빠의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이지 않니?

엄마는 너무 쓸쓸한 모습으로 보여..."

 

내가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남들의 눈에는 별것 아닌 것 같고 

어쩌면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혼자 소설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 들어서 참 쓸쓸한 모습이 무엇일까? 

시카고 피자를 먹으며 생각에 잠겼었다.ㅎㅎ

 

끝내 대화 없이 앉아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테이블에 피자가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나와서

(더 늦게 들어온 다른 테이블에는 나왔는데 왜 아직 자기 테이블엔 안 나오는지 궁금하거나 지루하지도 않은지...

아버지는 매우 궁금하고 슬슬 배가 고파오실 텐데...)

 너무나 도시스러운 맥 다놀에 가서 셋이서 아이스크림 콘을  하나씩 먹은 후에

 어둑어둑 해지는 시카고 다운타운을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난 이제부터 시카고! 하면 

멋진 건축물이 아니라 쓸쓸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