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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7년도 이야기

25년만에 드디어 파리의 땅을 밟았다

날미 2017. 7. 25. 09:34

 

 

2017년 5월 6일

 

밀라노에서 파리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행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미리 시간 체크를 하고 약간의 여유를 갖고 탔다.

전혀 의심없이 앉아있다가 갑자기 남편이 하는 말 " 전철을 잘못 탄 것 같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닌 것 같아" 그 순간의 당황함이란...

파리행 버스를 놓치면 어떻게 하나 앞으로의 일정에 어떤 차질이 생길까

따로 전화플랜을 들지 않아서 전화 연락도 안되는데...

 

우리 둘다 중간에 노선이 나눠지는 것을 생각 못하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들어오는 전철에 올라탔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무조건 내렸다.

오던 길을 다시 가서 중간지점에서 다른 전철을 타야 한다.

나눠지는 전철역으로 다시 가면 한 대의 여유를 가졌던 전철은 떠났을 테고

그다음 열차를 타게 되면 예약해 놓은 버스를 놓치게 되는 시간이다.

 

어째 이런 황당한 일이...
마음은 타들어 가고 기도는 절로 나온다.

짐을 들고뛰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찰구를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반대방향으로 가면 

나눠지는 중간지점으로 가는 전철을 탈 수 있다.

 

그런데 전철이 오지 않는다.

제발 빨리 와라 제발 빨리 와라.

조마조마한 마음에 가슴은 쿵쾅거린다.
중간지점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다음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우리가 도착할 때 쯤엔 이미 파리행 버스가 떠났겠구나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드는 시간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전철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은 또 무슨 일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올라탔다.

잘하면 겨우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솟는다

(나중에 남편이 내린 결론은 앞의 전철이 늦게 도착을 했을거란다)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버스터미널로 냅다 뛰었다.

학창 시절에 100미터 달리기를 20초 3에 뛰던 느림보인 내가 날아갔다. ㅎㅎㅎ

파리행 버스 앞에 서니 떠나는 시각 3분 전이다.

얼굴과 등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지만 마음은 감사와 안도감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탄 파리행 야간 버스는 최악이다.

밀라노에서 파리까지 12시간을 달리는 버스 가격이 싸서인지

빈자리 하나 없고  담배 냄새는 괴로웠고

이태리 말인지 프랑스 말인지 계속 전화기로 수다 떠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잠은 오지 않고...

 

버스를 타고 유럽을 다니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국경에서의 검문검색 시간도 있다.

프랑스로 넘어갈 때 총을 차고 올라탄 서너 명의 군인인지 국경수비대원인지가 신분증을 하나하나 대조했다.

내 앞의 청년에게 "너는 파리에 들어갈 수 없다"며 따라 내리게 했다.

야밤에 무시시한 분위기가 감돈다.

검문검색이 끝나고 떠나는 버스 창문으로 보니  아까 내려졌던 젊은이가 컴컴한 국경초소에 앉아있다.

마음이 싸하다.

청년은 왜 파리로 들어갈 수 없었을까?
잠을 거의 못 자고 12시간 만에 파리에 도착했다.

 

미리 검색해 놓은 숙소로 가기 위한 전철역이 폐쇄되었다.

참으로 황당하다

묻고 또 묻고 돌고 돌아서 에어비엔비 호스트와의 약속시간을 한 시간 넘게 지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사진과 다르다.

특히 들어가는 계단의 으스스함이란...

짐을 풀어놓기 전에 청소부터 했다.

청소기를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바닥을 닦고 온 집안 먼지 청소까지 마치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오늘은 멀리 가지 않고  숙소 근처인 마레지구를 산책 삼아 둘러보기로 했다. 

25년 만에 파리 땅을 밟으며 고풍스러운 길거리와 파리의 멋쟁이들에 감탄하고

동네 사람들이 드나드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기도 하며 파리의 분위기와 공기를 느꼈다.

 

 

 

 

 

 

 

 

 

 

 

 

밤새도록 야간 버스에 시달리며

변변히 먹지도 못한 끼니를

내 사랑 뷔페에서 해결했다.

음식값 비싼 파리에서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Flunch라는 뷔페식당이 곳곳에 있다.

여행기간 동안 매끼 챙겨 먹기 쉽지 않았던 야채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긴장하며 보냈던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파리 여행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