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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날에 딸은 떠나고~~~(엄마 방문,아들네 만남등) 본문

살아가는 이야기/2023년도 이야기

성탄절 날에 딸은 떠나고~~~(엄마 방문,아들네 만남등)

날미 2024. 7. 14. 12:13

2023년 12월 25일

 

3년 반만에 (오빠 결혼식때 2주 들어온 것 빼고) 집으로 온 딸은

4개월 동안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갔다.

1월 초엔 F4비자 연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떠나는 날짜를 성탄절에 잡게 되었다.

4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도 딸은 그리 행복해 하지 않았다.

앞으로  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을텐데도

유럽여행 중에서 조차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끊임없이 

뭔가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쉼도 쉬어 본 사람이 하는 것인가 보다.

그동안 병이 날 정도로 힘들게 열심히 일을 했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쉬었으면 좋겠는데 불안증이 있는지

유럽여행을 다녀와선 파트타임 일자리를 잡고 일까지 했다.

 

엄마된 마음이야 딸이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살았으면 좋겠는데

엄마의 마음보다는 본인의 인생행로를  본인이 결정할 나이가 되었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살아야지.

그곳이 태어나 자랐던 미국이 아니라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한국이 더 좋다면 한국으로 가야지

붙잡는다고 머무를 성격이 아니고

장성한 딸을 붙잡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공항가는 길이 혹시라도 막힐까봐  7시간 전인 꼭두새벽에 길을 나섰다.

Bay Bridge를 건널쯤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그래도 떠나는 딸을 보내는 마음은 너무 아팠다.

특히 한 달여 전부터 몰아친 교회의 일로 시끄러운 와중이고

우리가 아니 마음약한 이 엄마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아는 딸은 

헤어질때  나를 꼭 껴안아 주며 

" 엄마! 아빠하고 행복하게 살아

아빠엄마를 괴롭힌 사람들은 하나님께 벌받을 거야" 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한다.

.

.

나는 "하나님이 잘못했다고 즉각즉각 벌을 내리면 엄마는 아마 벌써 죽었을꺼야"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계 일로  숙소와 의료보험까지 다 준비되어 있는 직장을 잡고 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면서  다른 쪽 일을 찾아보고

방을 얻는 것부터  혼자 해보겠다며 전사처럼 떠났다.

"사랑하는 울딸 기쁨이!

아무것도 두려워말고 겁내지 마라

너의 앞길에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하심이 계실거야

건강히 잘 지내라~~"

 

 

사랑하는 울딸 기쁨이~~

엄마밥이 못견디게 그립고 먹고싶으면 언제든 오너라.

 

 

 

 

 

딸을 내려놓고 또 마음이 쓰리고 아파서 눈물을 쏟은 후 엄마가 계신 재활원으로 갔다.

 

 

로비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잔뜩 해놓았지만 

아마 엄마는 이것도 못보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좁은 방에서만 지내고 계실 것이다.

 

 

예전의 엄마가 아니다.

싫은 소리 안하시고 순둥이였던 엄마가 

아주 고약한 사람이 되어있다.

섭섭귀신이 달라붙었나.

 자식들에게 원망을 쏟아붓고 불평으로만 가득차 있으시다.

 

평생 좋아했던 사위에게까지 원망스럽다 하신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사위가 매일 와서 당신곁에 있어야  된다시네.

모든 자식들이 하던 일 다 때려치고 당신 곁에 붙어있어야 된다는 것인가?

몸이 아프고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짜증도 나시겠지만 

자식들도 각자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구만 

도대체 어떻게 해드려야  만족하시려는지...

안좋은 생각을 많이 하셔서인지 얼굴도 사납게 변했다.

 

나는 속상하고 화도 나서  마음을 가라앉혀야만 했지만

남편은 차분히 엄마에게  자식들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한다.

설명을 해야만 자식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마가 변했다는 증거이다.

 

엄마와 편치않은 마음으로 헤어지고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아들네를  만났다.

 

서로 준비한 선물교환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안사돈까지 작년부터 성탄 선물을 챙겨주시네

 안사돈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커피와 과자와 직접 구운 빵 ^^

며느리 이모인 Joan은 결혼식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우리 딸 선물까지 준비했다.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안사돈이 우리를 볼때마다 만들어 주는 빵은 정말 맛있다.

문제는 너무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거의 반을 먹다니....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던 2023년!

마지막 날에 지권사님이 몇 달 전에 있었던 남편의 장례에 함께 해주심에 고맙고

교회의 어려움 가운데  좌절하지 말고 힘내시라며

10 가정 식사모임을 주선했다.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셨네.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때  누가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인지가 판가름 나나보다

믿음과 마음을 모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있음이 참 감사했다.

 

2023년아 ~~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