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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4년도 이야기

미련곰퉁이가 수술하는 날

날미 2014. 4. 23. 04:43


2014년 4월 4일


나는 참으로 미련곰퉁이다.

병원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2년 반 전에 남편과 함께 건강검진 (피검사, 소변검사, 유방암검사)을 한 후에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배가 아팠으면서도.

병원비 비싼 미국에서 아주 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련곰퉁이의 특징은 조금 아픈 것은 잘 참는다는 것과

병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미련곰퉁이지.


사실 나는 의사가 "대장암이다"라고 말해주는데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전혀 놀라지도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고

마치 예전부터 "암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 사람처럼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이것도 미련곰퉁이의 특징인가?ㅎㅎㅎ

하긴 작년 12월에 '나 아프다! 나 유언을 남겼다!'라고 글을 썼으니까


저녁 8시반으로 수술시간이 잡혔다.

남편은 내가 Epidural Anesthesia (경락마취)를 하느라고 등을 구부린 모습을 문밖에서 바라보면서

남편으로서 해줄 것이 하나도 없는 다른 공간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불쌍해서 눈물이 마구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 순간에도 복식호흡 연습을 하면서 '이것도 다 지나갈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순간 침대에서 남편의 젖은 눈을 보며 '강하고 담대하라'라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남편 손을 놓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