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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5년도 이야기

우리토비가 우리곁을 떠나던 날

날미 2015. 12. 15. 09:49

 

2015년 10월 27일

 

올해 한국 여행에선 작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

첫째는 몸상태가 작년보다 좋지 않았다.

작년에는 단 하루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유명하다는 게장을 가격 대비 너무 별로라서 구시렁거리며  먹어서인지 배탈이 났었고

감기도 두 번 걸려서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누워서 지내기도 했다.

둘째는 작년보다 빨리 돌아와서인지 작년처럼 가을 풍경에 감동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토비가  너무 보고 싶었다. 이상하리만치.

작년엔 7주 동안 별로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한국시간으로 10월 1일에 토비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었다.

"토비 잘있느냐? 토비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 토비 동영상을 보내달라."라고

미국 시각 9월 30일 토비가 죽어서 남편이 화장터에 내려놓고 온 날이란다.

남편이 후에 말하기를 그날 너무 놀랐었단다.

 

갑자기 당한 일을 혼자서 모두 처리한 남편이 3주간 말을 안 해줬다.

내가 혼자 있을 때 토비 소식을 들으면 충격과 슬픔이 너무 클까 봐.

딸내미가 있는 목포에  도착한 날에 사실을 말해주려고 기다렸단다.

딸과 함께 슬퍼하며 서로 위로하라고.

 

딸내미를 만나서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둘이서 토비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 끝에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우리 토비가  많이 보고 싶으니까 토비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어  보내라고.

그 말에 남편은  호박밭 옆에 누워있는  이런 토비 사진을 보내며 이상한 말만 해댔다.

'토비가 호박밭  옆에서 잘 자고 있다. 영원히!'

 

 

토비의 모습이 불쌍해 보인다며 웬 영원히? 했더니

'토비가 하늘나라에 갔다'라고 한다.

이건 뭔 소리.

딸내미랑 놀래서 전화를 했더니 토비가 죽었단다.

그 순간 터져 나온 대성통곡.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며칠 전 해가 지면 현관 불이 자동적으로 들어오는  외등으로  바꾸는 날 

바뀐 외등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진이 토비의 마지막 모습이란 말인가?

며칠 전 만해도 멀쩡하던 토비였었는데...

 

 

곧이어 남편이 그날의 일들을 적어놓은 글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오늘이 다 가기 전에 이 글을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 30 2015 년 수요일, 어젯밤에 비가 약간 내린 것 같다.

아침 5 40 , 회사에 가기 전 토비 밥을 주려고 문을 열었다.

이른 시간에도 밥을 주려하면 벌써 문 앞에서 발을 홀짝이며 신이 나서 밥을 기다렸고

잠이 들었다가도 밥 주는 소리에 쭐래쭐래 나와선 아침을 신나게 먹었던 토비가

오늘은 어쩐 일인지 나오질 않는다.   

잠이 깊이 들었나 보다.

혹시 깰까 봐 소리를 죽여가며 밥그릇에 밥을 담아 주고서 회사로 향했다.

그리고 보니 내가 새벽에 잠이 깼었을 때도 토비가 집에 없었던 것 같았는데

 

별생각 없이 집을 나섰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밥이 그대로 있다!

불러도 보이질 않는다.  쭐래쭐래 나타나야 할 녀석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왠지 불안해진다.

이 녀석이 밤에 어디로 나갔을 리는 없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토비를 불러가며 뒷마당을 돌아서 찾아가는데 호박넝쿨 옆 담 밑에 누워있는 게 아닌가.

가까이 가면서 토비 이름을 계속 불러도 반응이 없다.  설마 설마!

혹시 아파서 쓰러진 건가?집에 쥐약은 없으니까 독을 먹진 않았을 텐데..

왠지 쭈뼛해지면서 토비의 눈을 보니 약간 떠서 나를 보는 것 같은데 움직이질 않는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왜 그래 토비야.  아니야. 이건 아니야.

몸을 만져보니 이미 딱딱해져 있고 혀가 약간 밖으로 나온 상태에서 옆으로 누워 생을 마감했다.

별로 버둥거린 흔적도 없이 옆으로 누워 그렇게 조용히 떠난 것이다.

숨을 거두기 전에 조금 싼 것 같은 똥이 엉덩이 밑에 떨어져 있다.  모양이나 색깔도 정상인데.

왜 이렇게 된 거지?뭘 어떻게 해야 하지??  독을 먹은 건가??  그렇다면 괴로워서 발버둥을 쳤을 텐데..

밤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어제저녁까지 잘 먹은 녀석이 왜?

벌써 수명이 다 됐다는 말인가?  아니 이제 7 살 반인데. 

정미도 집에 없는데.  재은이는 어쩌고. 헌수는.  순식간에 여러 생각들이 지나간다.

방에 들어와 시티에 전화를 해서 어찌해야 할지를 물었다. 

애니멀 서비스하는 곳을 알려주면서 그리로 가져가면 거기서 처리해 준다고 한다.

다시 나와보니 토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다. 

토비가 진짜로 죽은 거야.이건 현실인 거야..

토비 집에 있던 깔개를 꺼내어 그 위에 토비를 올려놓고 뒷마당을 가로지르며 끌어다가 옆문까지 갔다.

그 깔개로 싸가지고 밴에 실어서 가려했는데 옆으로 나오는 토비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토비가 좋아했던 푹신한 겨울용 방석을 꺼내서 그 속을 빼내고 그 안으로 토비를 집어넣었다.

그리고서 토비를 밴에 힘들게 올려 실었다.

 

이제 가자 토비야.  그래 어야 가자.

토비야 그 방석 냄새 좋아하지?   토비는 밴 뒤에서 조용하다. 

이제 간 거니?그렇게 나가고 싶어 하더니 훨훨 나간 거니??

 

착한 토비는 아주 착하게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고 참 친절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애니멀 서비스 센터는 수요일부터 열고 6 시까지 오픈이다.

어쩜 날짜를 이렇게 맞추어서 떠났는지.   그곳에 도착한 시간이 4 시 반.

소박한  장례비용 30 . 

나는 그들에게 토비를 전해주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떠났다.

이렇게 장례가 간단할 수 있을까.  슬프다기보다는 너무 미안했다.

너무 쉽게 보낸 건가?마지막 토비를 가져가는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작동이 잘 안 됐다..

전해주기 전에 밴 뒷자리에 누워있던 사진이 마지막이다.

좋아하던 커다란 방석 속에서 자는 모습이.

토비의 시신을 발견한 지 두 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모든 게 끝났다.

사람도 이렇게 조용하게 소박하게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이렇게  떠날 수 있을까?

 

정미가 이것을 보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다.  정미가 있었다면 토비가 더 살았을까?

재은이도 보지 않았던 게 더 나을 것이다.  이 소식을 언제 어떻게 전해야 하나?

헌수도 많이 슬퍼하겠지.  집에 올 때마다 좋아했었는데.

나는 토비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나 혼자 있었을 때 이런 일을 겪게 돼서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눈물은 나오질 않는데 너무 마음이 이상해서 찬양을 들으면서 운전을 했다.

우리 가족의 장례식도 이런 느낌이면 어떡하지.

집에 돌아와 보니 세일이라고 세 개나 더 사다 두었던 토비 밥과 토비가 좋아하던 간식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요즘 바빠서 간식 고기를 줄 생각도 못했다.

좋아하던 고구마도 몇 개 주질 못했었는데. 

정미가 있었으면 매일 저녁 주었을 텐데.

좀 더 줬어야 했나?   그러면 더 오래 살았을까?

하릴없이 토비 똥을 치웠다. 

아까 토비를 담아가려 했던 깔개를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서 버렸다.

토비 밥그릇은 집 앞에 두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다.   이래도 되는 건가?? 

그리고 수요 예배를 간다.  토비 생각하며.   이래도 되는 건가??

토비는 개로 태어나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갔는데 나는 어떤가?

예배 후에 토비 소식을 들은 사람들과 10 분 정도 슬픈 얘기를 나누었지만

다른 화제로 돌아가며 토비의 소식이 이내 묻히고 만다.

슬픈 얘기 계속하면 뭐하겠나. 

 

집에 돌아왔다.  옆문을 열어보니 토비가 없다.

토비가 누웠었던 자리로 다시 가보니 정말 없다.

이렇게 갔구나.

참 미안하다.  토비야.

그냥 이렇게 보낸 것이 너무 미안해서 이런 글을 남긴다.

그리고 이 글로 정미와 재은이와 헌수에게 토비의 소식을 전하려 한다.

 

이제야 슬픈 눈물이 난다. 

네가 하루 종일 혼자서 지냈구나.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혼자 있을 토비 생각을 못했다.

집에 와서야 생각이 나고 잠시 만져주고 밥 줄 때 빼고는 너를 잊고 지냈었지.

혼자서 심심하게 지내다가 나를 만났을 때 같이 놀고 싶었을 텐데.

앞으로 몇 년을 더 함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절대로 이렇게 갑자기 떠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적어도 작별의 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 가족 중에 토비가 먼저 아주 멀리 떠났다.

언젠가 하나씩 하나씩 떠날 텐데 그것을 잊고 살았었다.

토비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떠났네.

이렇게 떠나는 순간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착한 토비. 

 

토비야.  미안해.

 

우리 토비가  아무도 없을 때 특히 내가 한국 여행 중 일 때  잠자듯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겨우 7살 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