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to Remember
외적을 물리치기는 커녕~~~ 본문
2017년 2월 11일
남편은 잠을 잘때 나는 안쪽에서 자야하고 본인은 바깥쪽에서 자야 한단다.
이유는 외적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길을 걸을때도 늘 나를 안쪽에서 걷게 하고 본인은 차도쪽에 걷는다.
이유는 외적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넘의 외적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도 외적이 나타나면 남편이 용감무쌍하게 물리쳐 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으며 살아왔었다.
올겨울내내 비가 쏟아지더니 정말 오랜만에 화창한 토요일이 되었다.
화창한 날을 그냥 빈둥거리는 것은 매우 속상한 일이기에
토요새벽예배와 연이은 성경공부를 마치고 집에 와서 잠깐 쉰 후에
예전에 살던 동네인 Folsom으로 걸으러 가기로 했다.
Folsom에 가서 걸은 후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Gym에 가서 사우나도 하면서
쌓인 피로를 풀고 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Folsom 다리에 서니 American river가 장관을 이루며 흐르고 있다.
한국에 있는 딸내미가 그곳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어가는데 전화를 했다.
매일 새벽 서너시가 넘어야 잠이 드는 딸내미가 주말이라고 전화를 준 것이다.
물구경하면서 걸으면서 통화를 하고 있던 내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넘어질듯말듯 하다가 꽈당 넘어져서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나마 미끄러지듯 넘어져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무릎팍과 손바닥과 팔꿈치가 까지고 피가 났다.
외적을 물리치겠다던 남편은 어디에?
바로 옆에 있었으면서 정말로 넘어질 줄은 몰랐다나?
이미 넘어진 후에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자책한다.
으이구!
뒤뚱거릴때 잡아주기만 했어도 넘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
온몸을 다바쳐 외적을 물리치긴 커녕 손도 하나 못뻗어서야.
손을 뻗어서 잡아주기만 했어도 보기좋게 넘어지진 않았을텐데.
하긴 내가 무거우니까 같이 넘어졌을라나?
열심히 걸은 후에 점심먹고 운동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취소하고
놀랐으니까 영양보충을 하고 집에 가서 쉬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고
푸지게 먹기만 하고 집으로 왔다.
정신차린 후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외적이 아니라 내적이라서 남편이 못막은 것이었나 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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