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to Remember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인다는~~~ 본문
2017년 2월
올겨울은 정말 비가 많이 내린다.
연일 비가 내리고 해가 나오는 날은 드물다.
우리 집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 오르빌이라는 도시에선
댐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난리가 났다.
20만 명 정도가 피난을 떠났다.
한국에 살고있는 친구들과 지인까지 안부를 물어올 정도로 심각했다.
다행히 댐이 무너지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몇 년 전에 교우들과 함께 오르빌로 2박3일 캠핑을 갔었을때는 물이 너무 없어서
수영과 물놀이를 기대했었던 아이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어야 했는데
올해는 홍수피해는 물론이고 댐이 무너지는 대재앙의 사태가 올까봐
걱정을 할 정도로 비가 억수로 내렸다.
6년 내내 가뭄이라서 절수명령이 내려졌던 캘리포니아 가뭄이 거의 해갈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은 있지만
날마다 날이 꾸질꾸질하니 기분도 화창하지 못하고 외출하기도 싫어서 며칠간 집콕을 했다.
이리봐도 비! 저리봐도 비!
집안에 앉아서 창문을 통해 주변을 본다.
지나가는 차 한대,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사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겨우내 손보지 않은 텃밭은 풍성한 비를 받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지루하지만 어김없이 날짜는 가고 봄을 알리는지 살구나무엔 벌써 꽃이 피었다.
며칠 집에만 있으니 무료함이 느껴지며 25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
80년 넘게 한국에서 사시다가 노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후에
"하루종일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인다"고 하시던 할아버지.
아침에 일나간 자식들이 돌아오는 시각까지
세상 돌아가는 소리 들리지 않는 집안에서 두 분이 얼마나 적적하셨을까
주말에 윗동네에 가서 점심먹고 내려오는 길에 보니 먹구름이 몰려온다.
또 비가 쏟아지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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