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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7년도 이야기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날미 2017. 3. 29. 04:11

 

2017년 3월 1일

 

산호세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는 아들이 집에 들렀다.

모교인 UC Davis에서 Job fair가 있어서 

자기 회사를 소개하러 왔다가

집에 와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무엇이 먹고싶냐고 물었더니 아무것이나 괜찮다고 하길래 

한국음식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었기에 햄버거 스테잌을 준비했다.

 

 

아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후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장성해서 집을 떠나간 후에 우리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 마음 속에 늘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아이들을 정말 잘 키우겠다고 다짐을 하고 기도도 많이 하며 최선을 다하여 키웠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 보니 우리의 욕심과 미련함으로 아이들을 완전히 이해 못하고 사랑도 못해서 

알게모르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일들이 떠오르곤 했다.

괴로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슬펐다.

 

딸과는 작년에  5개월을 함께 지내며 용서의 시간을 가졌지만

아들과는 진지한 용서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성장반 성경공부 시간에 '상한 마음의 치유와 자존감'을 배우며

'자신으로 인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용서 구하기'라는 숙제가 있었다.

아들에게 상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용서를 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들이 집에 온다고 하길래 날을 잡았다.

 

남편이 "헌수야! 아빠가 너를 키우면서 상처준 것이 있지?"했더니

아니 생뚱맞게 왜 갑자기? 하는 표정을 짓더니 웃음 반 어색함 반으로 "많아" 라고 대답을 한다.

"엄마는?" 하고 물었더니 엄마와는 mostly 좋은 기억이라고 답을 한다.
그때부터 남편이 마음에 있었던 아들과의 아픈 기억을 꺼내며 용서를 구했다.

그제서야 아들이 지금까지 꺼내놓지 않았던 아팠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그날의 일을 이야기했다.

농담 반 진지함 반으로.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아빠만 그런것이 아니라 아시안 부모들은 다 그렇다며 괜찮다고 말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안다.

그일이 아들에게 상처가 되어 남아있었다는 것을.

 

괜찮다는 아들에게  남편이 진지하게 용서를 구했더니 

당황한 아들이 용서한다고 말하며 

어색한 상황을 넘어가려 한다.

끝내 눈물까지 비치며 진심으로 용서를 비는 아빠에게 

아들은 용서한다고 정말로 용서한다면서 울먹이고 있는 아빠의 등을 몇 번이나 쓰다듬어준다.


나는 나대로 아들에게 잘 못해주어서 마음이 아팠었던 것들을 꺼내놓았다.

남편이 "엄마는 너  고등학교때 훗볼선수로 뛸때

충분하게 서포트 하지 못했던 것들에 마음 아파한다"며 거들고 

나는 '특히  훗볼신발이 비싸서 제대로 된 신발을  한 번도 사주지 못했던 것'등등을 이야기 했더니

어차피 자기는 훗볼을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며 쿨하게 웃으며 괜찮단다.
참~~~ 눈물없이는 보기힘든 장면이다. ㅋㅋ

아빠와 엄마는 눈물콧물 쏟고 아들은 멋적어 하면서도 마음이, 상처가 풀어지는...

 

산호세까지 가려면 두 시간을 넘게 밤운전을 해야 한다.

조심해서 잘 가라고 배웅을 하며 서로 껴안았다

.배웅을 하고 들어온 남편왈 "헌수가  나를 다른 날보다 훨씬 더 꼭 껴안아줬어"

늘 짠한 아들~~ 잘지내라.

더 늦기전에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고 용서를 해줄 수 있었으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