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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4년도 이야기

내가 암선고를 받고도 담담한 이유

날미 2014. 4. 27. 08:30


2014년 4월 6일


사람들은 '네가 암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가슴이 철렁하며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며 죽음을 생각할까?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하는 생각이 들까?

'내가 떠나면 남편과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은?' 하는 생각이 들까?


솔직히 말하면 놀랍고도 놀랍게 Dr. Zahu가  와서

"네가 대장암이다." 하는데 정말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이 그냥 말로 들렸다.

처음엔 암이라는 말과 죽음이라는 것과 전혀 연결되어 생각되지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역시나 암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곤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대장암에 걸렸지?'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첫째는 나의 잘못된 식습관이다.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날씬한 몸매로 살아보지 못한 나는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하고  먹을 때 행복을 느꼈다.

먹는 양도 보통 여자보단 많이 먹고 뭐든지 맛이 있었다.

음식은 무슨 음식이든지 맛있게 감사하게 먹어주는 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특히 고기와 매콤달콤한 것을 좋아하고 과일은 좋아하지만 야채는 좋아하지 않고

과자를 비롯한 디저트를 무진장 좋아하고 

천천히 씹는 것은 커녕 훌렁넙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입에 넣은 음식은 나도 모르게 벌써 목구멍으로 내려가고 

손은 다음 것을 집어 들고 있었다.


두 번째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요 몇년동안 내인생 통틀어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왔다.

특히 작년과 재작년은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세 번째는 신앙생활이다.

크리스챤 이라고 하면서 늘 감사하자 마음은 먹으면서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평불만은

'왜 저러지?'라는 나의 잣대로  감히 교회를, 사람을 판단하며 난도질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교회에 다녀오면 기쁨이 충만해야 하는데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시끄러워서 

침대에 드러누워야 하는 주일을 보내곤 했다.


곰곰히 생각한 후에 세가지 모두에게 회개를 했다.

첫 번째는 50년이 넘도록 주인을 잘못만나서 늘 포만감이 충만한 상태로 있어야만 했던  

나의  불뚝나온 배를 살살 쓰다듬으며 햇다.

"정말 미안하다 

나는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음식에 대한 예의인줄 알고 마구 넣었었는데

너에겐 정말 힘들었겠구나. 

이제 좋은 음식먹고 조금 먹고 꼭꼭 씹어서 먹을께 

이제부터 잘할께."


두 번째는 내 마음가짐이다.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고 했는데

잔걱정과 근심이 많은 나는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지 못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듯이 내가 끌어안고 끌탕하고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신앙생활 교회생활이다.

삐그덕 거리는 교회의 모습에 실망하고 마음에 안들어서 사람들과의 관계에 진심을 다하지 못하고

하나님께도 신실하지 못했던 점이다.

말씀도 거의 읽지 않고  주일이니까  습관적으로 교회에 가고 

늘 우리 가정을 위한 기도만을 반복하고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진 않고 나 살아가기만 급급했던 

몇 년 간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저절로 회개가 되었다.


마음이 정리되니까 더욱 담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