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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5년도 이야기

짠한 딸내미

날미 2015. 12. 11. 15:52

 

2015년 10월 20일

 

딸내미는  TaLK (Teach and Learn in Korea) Program으로 한국에 가서 일 년 간 생활을 한 후에

다시 6개월을 연장해서 한국에 더 머무르기를 원했다.

부모된 우리 생각엔  살아보고 싶었던 한국에서 일 년간 살아봤으니까

다시 미국에 와서 대학으로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딸내미의 인생이니까 본인이 훨씬 많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임을 알기에

딸내미의 결정을 이해하고 밀어주기로 했다.

 

올가을에 너를 보러 한국에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자주 카톡을 하고

주말엔 두어시간씩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서 멀리 떨어진 느낌을 별로 못 느껴서인지

'엄마는 나 생활하는 것이 걱정되고 보고 싶은 것보다 엄마가 한국 여행하고 싶어서 오는 것'이고

'엄마가 작년에 한국에 왔었는데  올해도 아빠만 집에 혼자 두고 왜 또 한국에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하는 딸내미의 궁시렁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강행했다. 

매번 '잘 지낸다' 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20살인 딸내미를 보고 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고 작년에 비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사회생활 폭도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다른 사람을  챙기고 이름 붙은 날 챙기기를 유난히 잘하는 딸내미가 생각을 많이 했나 보다.

추석 연휴에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일산으로 온 늦은 밤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돈봉투 두 개를 건넨다.

 

 

 

124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와 76만 원이 들어있는 봉투.

124만 원은 컴퓨터가 망가졌다고 해서 사온 컴퓨터 값과 

지난번 결혼기념일 선물인 엄마 가방값이고

76만 원은 엄마가 자기 물건을 사 온 것과 가족들 생일선물값 이란다.

도합 200만 원이다.

 

내가 사간 것은 한국에는 없어서 너무너무 먹고 싶다는 핫 치토스와 

좋아하는 간식거리와  영양제 정도인데

"엄마가 가방을 여는 순간 산타가 왔나?" 했었다며  감탄한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며 힘들여 번 돈 중에  거금을 빼놓은 딸내미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3주 후 딸내미가 살고 있는 목포에 도착하니까 또 25만 원을 내놓는다.

자기가 엄마에게 컴퓨터와 가방값 빼고 100만 원을 주고 싶은데

저번에 준 76만 원에 24만 원을 주는 것보다 25만 원이 더 나을 것 같아서 란다.

안 받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게다가 3박 4일 동안 저녁은 자기가 다 사려고 생각했다며 내가 돈을 내려고 하면 난리여서 밥 한 끼 못 사주고 왔다.

 

사랑하고 보고싶은 딸~~

엄마 마음에 네가 짠해서 눈물이 난다.

아무쪼록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