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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4년도 이야기

때론 울기도 한다

날미 2014. 5. 1. 13:27


2014년 4월 29일


"태경씨! 내가 먼저 죽으면 재혼할거예요? 안할거예요?"

"태경씨는 불쌍해 보이는데 혼자 살면 더 불쌍해 보이니깐 날씬한 여자랑 재혼해요." (기분좋을 때 하는 말)

"태경씨가 재혼하면 둘이 잠자고 있는 머리맡에서 내가 '너희들 뭐하니?'할거야." (심통날 때 하는 말)

"그때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갈 사람은 잘가."

우리부부가 평소에 농담삼아 심심치 않게 했던 말이다.


농담삼아 할때는 깔깔대며 웃으며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니깐 참...


내가 대장암 수술을 받고도 워낙에 담담하고 씩씩하니까 

깜짝 놀란 마음을 갖고 문병온 사람들이 웃다가 돌아가곤 한다.

한 두 시간 열심히 수다떨다가 사람들이 돌아가면 그 즉시 침대로 가서 눕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감정이 복받칠 때가 있다.

'내가 빨리 죽으면 누가 가장 슬퍼할 것이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까?' 생각해 보니

첫 번째는 남편이고.

두 번째는 우리 딸내미이다.

세 번째는 우리 아들내미이겠지.


특히 남편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곤한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정말 헌신적으로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준

너무 고마운 사람이라서 혼자 남아(재혼을 할지 안할지 모르지만 ) 생활할 모습을 생각하면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결혼할 때  내가 없을 수도 있고 

아름다운 배우자를 만나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과

그 아이들이 자기 아이들을 낳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특히 우리 딸내미가 아이를 낳을때 "엄마가 너 아이낳을때 정말로 잘해줄께."라고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밀려오면 눈물이 난다.

우리 재은이가 그때 얼마나 슬플까? 


오늘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물었다.

"태경씨! 내가 만약에 빨리 죽으면 재혼할거야?"

"재혼을 하기 힘들것 같아."

"왜~~ 맨날 재혼할 것처럼 큰소리 치더니..."

"그때는 농담삼아 그랬는데 당신이 너무보고 싶어서 못할 것 같아."

"나의 어떤 모습이 보고싶을 것 같아?"

"전부 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데?"

"그냥 당신 자체일 것 같아.

그리곤 남편이 운다.

멈추지 않는 남편의 눈물에 나도 울었다.


씩씩하기만 할 것 같은 우리부부도 때론 울기도 한다.

둘이 부둥켜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