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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15년도 이야기

아버지 7주기

날미 2015. 9. 3. 06:51


2015년 8월 17일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7년이 되었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게 흘러감을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심장수술부터 시작하셔서 수술과 입퇴원을 반복하시던 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셨었는데

아무도 없는 주일새벽에 홀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엄마의 전화를 받고 터져나온 오열과 슬픔이 생각난다.

그리고 아버지의 평상시 모습이 생각난다.

 

4주기까진 오라비네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목사님과 교회식구들을 모시고 

추도예배를 드리며 가족들이 함께 성묘도 했었는데

5주기 부터는 함께 성묘하고 외식을 하는 것으로 하다가

7주기인 올해는 각자 성묘하고  온가족은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점점 간소화 되어간다.


아버지 묘가 있는 곳은  Halfmoon Bay 가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좋은 곳이지만 

유명 관광지근처 여서 가는 길이 매번 어찌나 막히는지 요번에도 4시간 반이 걸려서야 도착했다.


처음으로 남편과 둘만 아버지 묘에 와서 줄지어 누워있는 비석들을 보며 

원래부터 매장이 싫고 화장을 원했던 나는 다시 생각정리를  했다.

정말 매장하지 않겠다고. 

이미 영혼은 떠났는데 몇 십년 간을 관속에서  썩어져가는 몸!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또한 매장되어 있는 묘에 일 년에 한 번 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기일에는 살아가는데 바빠서 자주 못만났던 가족들이 함께 식사의 자리를 갖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살아생전의 아버지를 추억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번에 아버지 묘앞에서 속으로 되뇌었다.

"아버지! 이제 이곳에 오고싶지 않아요.

아버지! 제가 이곳에 오지않는다고 섭섭해 하시지 마세요. 

아버지를 잊겠다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아버지 생각하며 그리워 할께요."


마음은 그렇게 정했지만  한국인의 정서로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

내년 아버지 기일이 되면 또 찾아오게 되겠지.


P.S. 피츠버그로 출장을 갔다 그날  오후에 돌아온다던 아들은 

출장기간 동안 세워두었던 차가 시동이 되지않는다고 택시를 불러서 타고  모이기로 한 음식점으로 왔다.

 (14만 마일이 되어가는 차가 문제를 일으켰는지)

사촌형과 사촌누나는 오지않았다.

이제 아버지의 손주들은 점점 할아버지 기일을 챙기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