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to Remember
6주간 서울여행기 (금호동 추억더듬기, 약수동) 본문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일어나서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태원 압사 사고!
어떻게 이런 일이...
어제 북촌지역을 딸과 함께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로 놀라며
토요일이라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었고
특히 안국역 인근에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꽉 메우며 밀려 다녀서
약간 비켜나서 걸으면서 걸어다니기 위험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나왔구나 했었는데...
행사가 있는 이태원에 정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전혀 예측을 못하고
아무런 대비도 못했었는지...
너무나 안타깝고 너무나 가슴아픈 사고이다.
오늘은 약수동에서 같은 교회에 다니는 장로님 댁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여행 중이라서 꼭 만나서 식사하자는 약속을 이루는 날이다.
약수동 약속이 있는 날 어릴 때 살던 금호동 추억더듬기를 했다.
지난 번 과천과 사당동 추억더듬기는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살았던 곳을 찾을 수는 있었는데
6살 즈음부터 6학년때 까지 살았던 금호동은 50년 동안 너무나 변해서
내가 살던 곳을 찾을 수 조차 없었다.
금호동 로터리에서 버스를 타고 내리고
버스 타고 세 정거장 가면 내가 다니던 장충국민학교가 있었다.
버스에서 내릴때 몸은 나왔는데 신발주머니가 나오지 않아서 용을 쓰고
그게 싫어서 때때로 같은 학년에 다니던 동네 친구들과 하얗고 동그란 눈깔사탕을 입에 물고
걸어서 학교에 도착할 즈음엔 노르스름한 작은 알갱이만 남았던 기억,
그땐 버스비가 4원 있었다.
엄마가 버스비로 10원을 주면 2원은 남겨먹었지.ㅎㅎㅎ
집에 가는 길에 작은 문을 내서 물건을 건네주던 담배가게가 있었고
어렸을때 별명이 '말괄량이'로 여자애들의 놀이인 공기놀이, 고무줄 놀이, 소꿉놀이는 거의 하지 않고
남자애들과 십자가이상, 38선 놀이 등 몸을 쓰는 놀이를 좋아해서
저녁밥 먹으라고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아쉬움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 처럼 신나게 뛰어놀던 골목의 기억,
때로는 해골을 찾는다고 이웃동네를 휘젓고 다니곤 했다.
그때의 나는 선머슴아? ㅎㅎㅎ
할아버지가 통장인지 반장인지를 하시며 사셨던 논골까지 걸어가서
할머니가 큰멸치를 잔뜩 넣고 만들어 주신 김치찌개를 평상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
금호동 집엔 늘 왁자지껄 사람들이 모였었다.
김일 레슬링을 하는 날이면 할아버지가 친구분들과 함께 오셔서
'소다 소!' (쇼다 쇼) 라고 소리치시면서 즐거워 하셨고
5남매의 맏이인 아버지는 음주가무를 즐겨하셔서 춤추고 노래하며
아이고 어른이고 없이 때마다 친척들이 즐겁게 어울려 지냈었다.
사람을 집에 들이기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사는
대가족의 맏며느리인 엄마가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금호동 로터리에 국화빵 파는 아저씨가 있었고
겨울이면 드럼 통에 군고구마가, 연탄 불 위엔 군밤이 익어가고
겨울밤이면 골목에 '메밀무욱~~~ 찹쌀떠억~~'소리가 퍼지고
여름이면 '아이스께끼~~' 소리가 들렸던 그 시절에 내가 살았었다.
어렸을 때의 많은 추억이 있었던 곳은
아예 형체를 알아낼 수 조차 없이 아파트들로 채워졌다.
이 지점이 옛날 금호동 로터리 같은데...
오빠와 피아노 배우러 가다가 땡땡이도 치곤했었던 오르막 골목길도 이쯤 어디인 것 같고...
이곳엔 오른쪽에 돌산이 있었고 돌산을 마주본 큰 공터에 장이 섰던 것 같은데...
금호동 로터리에서만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 약수동 약속장소로 갔다.
우리 오빠의 말대로
" 그 옛날 아바니 젊었을때 60년~ 70년 초가 좋았었지 그때가 항상 그리워"
확실히 나이들어가나보다
모든게 그리움이다.
그리움만 쌓인다.
지금은 안계신 우리 아버지가 몹시도 그리워서 가슴이 이상하게 아팠다.
가슴에서 눈물 한 바가지가 쏟아질 것 같은...
막국수가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에서 장로님댁을 만났다.
식당을 미리 알아보니까 메뉴에 감자옹심이도 있어서 너무나 반가운 식당.
우리가 본받으며 지내는 장로님과 권사님은 기여코 식사값을 내시고
맛있는 과일을 가져오시고 식당에서 메밀차까지 사서 안기신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커피샵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서울에서 만나니까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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