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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2023년도 이야기

엄마가 왜 뿔났을까?

날미 2023. 11. 15. 08:39

2023년 8월 15일

 

인천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저녁을 배불리 먹어서

기내식은 거의 먹지 않고 눈감았다 떳다를 반복하며 화장실 몇 번 사용하고

30분 연착되어도  갈때보다 짧은 11시간 만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렸다.

세관검사는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않고 여권과 사진만 대조하더니 통과했다.

최근들어 간단해지긴 했지만 이렇게 금방 끝나긴 처음이다.

3개월 만에  만난 남편과 반가운 해후를 하고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산호세 엄마집으로 먼저 갔다.

 

6월 30일(금요일) 엄마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점심배달간 오빠가 발견해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20일 만에 퇴원해서 집에 계신 엄마를 만나기 위함이다.

 

한국에 있을때 엄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하여 미국으로 빨리 돌아올까 어찌해야 할까 갈팡질팡 할때

오빠를 비롯한 미국의 가족들이 그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고

병원에서 진행과정이 아주 순조로우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와도 된다고 극구 말렸고

극성수기에 접어든 상태라서 비행기표 구하기도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일정을 당기지 않았었다.

 

남편은 그 다음날로 엄마가 계신 병원에 가서

Rehab으로 옮기시는 수속등을 함께했다.

다행히 방학중이라 손녀인 미셀이 아주 많은 수고를 했고

Christy가 샌디에고에서 날아와서 꽃을 들고 시할머니 병문안을 했다.

 

Rehab에는  한 번엔 18일 밖에 있을 수 없어서

퇴원 전에 '엄마를 어디에 모셔야 하나' 하는 형제들 간의 토론이 있었는데

오빠는 "엄마의 마지막은 집에서 모시며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반대입장인 나는 "오빠네 집에 있다고 해서 엄마가 행복하다는 보장이 있어요?" 물으니

" 멍멍이 코비와 니꼬가 어른어른 거리면 더 낫지 않겠니?" 하는데

나를 비롯한  한국에 있는 언니와 남동생도 반대했다.

일거수일투족 다 시중을 들어드려야 하는  엄마를 오빠 집에?

올케언니도 일을 하는데?

무엇보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하기 싫다.

딸인 나조차 지금 상태의 엄마를 집에서 모시기가 힘들다.

긴 병에 효자없다 있다를 떠나서 힘든 일이다.

지금은 놀라고 안쓰러운 마음에 덜컥 그런 결정을 하지만

하루이틀에 끝나는 일도 아닐텐데...

모두가 힘들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손주들이다

할머니를 절대로 요양시설로 보내면 안된다며

대유와 미셀, 내아들 헌수까지

오빠네 집 아니면 우리 집에 모셔야 한다며 난리...

마음은 참으로 기특하다만 너희들이 모실거니??

 

자손들의 토론이 아무 쓸데 없다는 듯이

하루하루 좋아지는 상태를 보는 Rehab에선 '아니 왜?  아들집에서 ?'

의사와 피지컬테라피스트와 사회복지사와 가족의 서너 번에 걸친 면담과 회의 후에

결정된 사항은 

"정부에서 도우미를 일 주일에 3번 하루에 6시간 보내줄 것이고

피지컬테라피스트와 간호사가 일 주일에 한 번씩 와서 

진찰및 재활운동을 하며 엄마의 상태를 체크할 것이다.

상태가 안좋아 지면 다시 .Rehab으로 오실 수 있다"

특히 지금 엄마 상태는 너싱홈이나 아들네 집이 아니라

본인이 살던 집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엄마는 남편에게 자꾸 집에 가야 한다고 성화를 하셨단다.

이유는 ... 참참참

 

그래서 엄마는 사시던 노인아파트로 다시 들어오셨다.

오빠네가 수시로 드나들고 

정부에서 해주는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고 지내셨다.

 

나는 엄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지 한 달 반 만에 엄마를 뵙게 되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부어있던  발목의 붓기도 없어지셔서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전보다 훨씬  좋아지셨다.

우리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며 감사했다.

 

그.런.데.

당사자인 엄마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라 심통 사나운 엄마가 된 것 같다.

돌아가실뻔 하신 것을 살려주시고 더 좋아진 상태가 되었는데

감사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자  자식들에게 마음에 맺힌 듣한  말씀을 쏟아내신다.

게다가 자식은 다 소용없고 오로지 도우미분이  최고인듯이 말씀하시며

나에게도 도우미분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하시네.

그동안  자식들이 한 수고는 당연하다고 여기며 전혀 기억을 하지 않으시는지...

안예쁘시다.

 

오빠왈 "엄마가 이상하게 짜증,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하는데 돌아버리겠다" 고 하던 말이 

이해되었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상관없이 엄마가 쓰러지셨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식들이 비행기 타고 날아오지 않아서 서운하셨나?

한국에 사는 남동생과 언니가 준  위로금과 용돈도 많이 드렸는데...

 

엄마가 정말로 위급한 상황이어서 미국에 있는 식구들이 

당장 오는게 좋겠다 했으면 어찌됐든 왔겠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급하게 오지 않아도 되고 괜찮다고 했고

수시로 보내오는  비디오를 보면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음을 알수 있었는데...

 

엄마가 뿔나셨나보다.

왜?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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